나를 버리고 가버린 아내 | 강동구 | 2023-04-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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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고 가버린 아내 강동구 아내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 아니! 이럴 수가 나를 버리고 혼자 가버리다니 어이가 없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새벽에 집에서 나오느라 핸드폰을 챙기지 않았고 새벽 공기가 쌀쌀하여 평소에 입던 바지를 입지 않고 다른 바지를 입는 바람에 지갑도 없이 나왔다. 연락할 방법도 없고 집에 갈 차비도 없다. 어르신 무료 버스 카드도 지갑에 있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집에 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택시 요금을 줄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침부터 택시 기사 님을 불쾌하게 할 것 같아 집에 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지금 있는 곳에서 집에 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새벽 네 시 반이면 알람 기능을 켜 놓지 않아도 내 몸속에 오래전에 입력해 두었던 인체 알람이 어김없이 깨워준다.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고장 없이 깨워주는 고마운 알람이다. 아내는 운전하기를 즐겨 하지 않는 나 대신 운전을 도맡아 하는 월급 안 주는 고마운 기사다. 오늘도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교회에 가서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니 어둠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평소에 아내는 나보다 기도 시간이 오 분 때로는 는 십 분 정도 길 때가 있다. 그날 따라 아내의 기도가 길어진 게 화근 이었다. 아내가 나를 버리고 가버린 기막힌 이유는 이랬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먼저 나온 교우들이 고난 주간 특별 기도회를 마쳤으니 해장국이나 먹자고 하여 먼저 가 있으면 아내와 함께 뒤따라 가겠다고 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아내가 오지 않아 아내를 찾으려 교회로 가던 중 나는 차들이 주차 된 뒤로 아내는 차 앞으로 지나가다 아내와 길이 엇갈리고 말았다. 교회는 문이 잠겨 아무도 없기에 서둘러 주차장에 오니 아뿔싸 방금 있던 차가 사라지고 없다. 이렇게 난감할 수가? 차 열쇠를 각자 가지고 있어 시동을 걸지 않고 평소처럼 뒷좌석에서 휴대용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찬양을 들으면서 아내를 기다리는데 아내가 오지를 않아 차 문도 잠그지 않고 오디오도 켜 둔 채 아내를 찾으러 간 사이 아내는 차 문이 열려있고 찬양 소리가 들리니 당연히 내가 뒷 좌석에 있는 줄 알고 나를 버리고 집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누구를 탓 하랴 모든 게 내 탓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거나 평소에 앞 좌석에 앉았더라면 이렇게 버리고 가지는 않았을 텐데 후회가 막급이다. 뒤가 편해 늘 뒷좌석에 앉기를 즐겨 한 것이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아내가 집에 와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남편의 핸드폰에 부재 중 전화가 여러 통 걸려온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해보니 해장국 집에서 기다리던 교우들이 기다리다 지쳐 여러 통의 전화를 한 것이다. 교우들은 아내의 설명을 듣고 할 말을 잊어버린다.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아내의 착각이 도를 넘은 것 같다. 아내 덕분에 예정에 없던 아침 산책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집에 돌아와 해장국을 먹기로 한 교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자 전화하니 아침부터 부부 싸움 하지 않았냐고 묻기에 아내 덕분에 아침 산책을 한 시간 했더니 기분이 좋다고 말하니 조금은 실망한 듯하다. 아마 자기들 끼리는 분명 부부 싸움 할 것이라 은근슬쩍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망을 안겨주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남의 집 부부 싸움 이야기는 재미있는 드라마보다 더 흥미롭지 않던가? 남자는 화장실에 가더라도 꼭 돈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을 어릴 때 어른들에게 여러 번 들어 왔기에 그 말을 명심하여 항상 지갑을 소지하는데 낭패를 당하려니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며칠 전 TV에서 자기 집 화장실에 갇힌 젊은 남자가 소개되었다. 원룸에서 혼자 사는 남자는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문이 밖에서 잠겨버려 아무리 열려고 애를 써봐도 열지 못하고 여섯 시간을 지쳐 쓰러져 있다가 문득 거실에 있는 스마트폰 생각이 떠올랐다. 음성으로 전화 거는 기능이 생각나 큰 소리로 119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안 되어 시골에 계시는 아버지와 가까스로 연결되어 아버지가 119에 신고하여 구조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자녀들에게 화장실을 갈 때 반듯이 핸드폰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집을 나설 때는 반듯이 지갑과 핸드폰을 꼭 가지고 다니라고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처럼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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